2016년 1월 19일 화요일

고문관의 유래와 의미

 
 
“맞을 짓을 하니까 맞았겠지...”
 
군대 내 폭력에 면죄부를 주는, 지금 시대에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는 표현입니다만, 아주 오래전부터 군 내에서 공공연히 통용(?)되던 말입니다.
 
일사불란한 지휘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것이 군 조직의 기본 생리인데, 행동이 다소 느리거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한 박자씩 놓치는 사람들은 잘 훈련된 군 간부들의 시점에서는 답답할 것 같긴 합니다.
 
언젠가부터 이들을 ‘고문관(顧問官)’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고문관’으로 찍히는 순간 이들은 조직 내에서 노리개로 전락합니다.

연예인들이 군대 체험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고문관(顧問官)’은 있지만, 이들은 그냥 웃음의 장치일 뿐입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군대 내 폭력의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문관(顧問官)의 유래
 
‘고문(顧問)’은 특정 분야에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문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고문(顧問)’입니다.
 
회사 조직에도 상근 또는 비상근 ‘고문(顧問)님’ 들이 계십니다만, 해방 직후 미 군정기(軍政期)나 625 전쟁 때, 우리 군사의 작전권을 가지고 있던 미국에서 우리 군대에 미국인 군사 고문관(顧問官) 들을 배치했었는데, 이들 고문관들은 우리나라 실정이나 말에 익숙하지 않아 어리석거나 굼뜬 행동을 많이 했었나 봅니다.
 
즉, 미군에서 파견한 고문관(顧問官)이 우리나라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자, 작전권이 있으니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못하고, 우회적으로나마 그들을 조롱하고 싶은 속내에서 ‘미국 고문관=모자란 놈’ 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우리 병사들에게 사용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수류탄(手榴彈)과 최루탄 (催淚彈)

석류 나무 류 
눈물 루 
 
수류탄(手榴彈)
손에 있는 폭탄이다. 여기서는 석류 류 자이다. 슈류탄 手榴彈에 왜 석류를 뜻하는 글자가 들어 갔을까? 익으면 저절로 터지는 석류 열매의 특성과 석류의 모양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최루탄 (催淚彈)
수류탄 발음과 혼동하여, 최류탄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최루탄 (催淚彈)'이 맞다. 여기서 쓰인 '눈물' 이라는 뜻으로, '눈물 ()'을 '재촉한다 ()'는 뜻이다. 따라서, 데모를 진압하기 위해 많이 쓰이는 최루탄 (또는 가스) 은 눈물이 나오게 하는 화학 무기라는 점을 떠 올리면보다 이해가 빠를 듯 하다.  
 
 
'재촉하다'는 뜻의 최()는 다음과 같은 쓰임새가 있다.
 
l  개최(開催) / 주최 (主催)
l  최면(催眠) : 잠이 오게 함.
l  최고장 (催告狀) : 재촉 또는 독촉하는 뜻으로 내는 통지서
 
 
'촉루 (燭淚)'는 초의 눈물이다. , '촛농'을 의인화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걸그룹의 원조 핑클의 노래 중 '루비 (淚悲)'라는 것이 있다. '슬픈 눈물' 이라고 하는 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기에도  '눈물淚' 가 쓰였다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로 알려진 이인직의 '혈의 '도 마찬가지이다.

서거(逝去)의 의미.. 그리고 죽음을 표현하는 한자어





영면(永眠)

영면(永眠)은 ‘길(永)게 잠든다(眠)’ 즉, 죽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 사망했을 때 '영면(永眠) 했다'라는 표현을 보게 됩니다. 죽음을 의미하는 한자는 ‘죽을 死’가 있고, 흔히 사망(死亡)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지만 망자의 생전 지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서거(逝去)와 붕어(崩御)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 ‘서거(逝去)’라는 단어가 보입니다. 전현직 대통령의 죽음은 ‘서거(逝去)’ 라는 단어로 표현해 왔습니다. ‘서(逝)’는 '가다', '지나가다'라는 뜻인데, ‘죽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글자입니다.

한편, 임금님의 죽음은 ‘승하(昇遐)’, ‘붕어(崩御)’ 라고 했습니다. ‘승하(昇遐)’는 ‘멀리 (遐)’ ‘올라갔다 (昇)’는 뜻의 조합으로 나랏님의 죽음을 높였다면, ‘붕어(崩御)’는 ‘임금님 (御)’이 ‘무너졌다(崩)’의 의미가 됩니다.

붕(崩)은 '죽음'의 뜻도 가지고 있지만, '붕괴(崩壞)'의 예처럼 '무너지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데, 21세기 최고 유행어인 '멘붕(Mental 崩)'에 쓰인 '붕(崩)'도 이와 같은 의미입니다.

‘타계(他界)’는 다른 (他) 세계(界) 이므로, 죽음을 의미하는 또 다른 말로 신문, 언론에 많이 쓰입니다. 타계가 어느 정도 알려진 인사의 죽음에 붙여진다면, ‘별세(別世)’나 ‘작고(作故)’는 일반인들에게 두루 쓰이는 표현입니다.

소천(所天)과 입적(入寂)

천주교나 기독교에서는 '하늘의 (天) 부름을 받았다(召)'고 하여, '소천(召天)'이라 하고, 불교 지도자가 돌아가신 경우 '입적(入寂)'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고통과 번뇌의 세상을 떠나 고요함(寂)으로 들어간다(入)'는 한자어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영원한 진리를 깨달은 경지를 불교 용어로 '열반(涅槃)'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높은 경지의 덕을 쌓은 불교 지도자의 죽음을 일컫습니다. 

산화(散華 또는 散花)

식물에서, 꽃은 피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을 ‘산화(散華 또는 散花)’라고 합니다. 이에 비유하여, 꽃다운 나이에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군인들의 죽음도 '산화(散華)' 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순국(殉國), 순직(殉職), 순교(殉敎)

나라를 위한 죽음을 의미할 때 ‘순국(殉國)’ 이라는 단어도 눈에 익습니다. ‘순국선열(殉國先烈)’이 대표적입니다.

반면 나라를 위한 일은 아니었지만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다 죽었을 경우 ‘순직(殉職)’이라 하고, 종교에서 포교의 목적으로 목숨을 내 던진 사람을 ‘순교(殉敎)했다’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순(殉)’은 따라 죽는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고대에 ‘순장(殉葬)’의 풍습이 있었습니다. 임금이나 통치자가 죽으면 가까웠던 사람 (처, 첩 등)을 함께 묻는 것이 ‘순장(殉葬)’입니다. 결국, 통치자의 처와 첩은 통치자가 죽으면 ‘따라 죽어야 (殉)’ 했던 것입니다.

미망인(未亡人)??

참고로, 순장(殉葬)의 풍속에서 나온 말로 ‘미망인’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망인(未亡人)은 ‘아직 죽지 않은 사람’입니다. 즉, 예전 순장(殉葬)의 풍습과 관련하여, ‘남편이 죽었는데 왜 따라 죽지 않았느냐’ 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요즈음 시대에 남편과 사별한 부인을 지칭하는 말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명한 일화 (逸話)'는 잘못된 표현?

 
 
“유명한 일화(逸話)?”

얼마전 방송된 ‘응답하라 1988’에서, 도룡뇽이 덕선이에게 정봉이형과 택이의 승부욕에 대한 옛추억을 전해주며 “유명한 일화...”라고 표현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표현을 보면서 얼마전 본 기사가 생각났다.  ‘유명한 일화(逸話)’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화(逸話)’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뜻한다. 국어 시험지에 자주 등장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逸 (일)’은 ‘편안하다’, ‘잃다’,  ‘달아나다’, ‘숨다’ 와 같이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안일(安逸)한 생각’과 같은 표현에도 쓰였고, ‘일탈(逸脫)’이라는 단어에서도 볼 수 있는 글자이다. 전자는 ‘편안하다’의 의미이고 후자는 ‘달아나다’의 의미이다.  

‘일화(逸話)’에서의 ‘일(逸)’은 ‘숨다’의 의미로 쓰였다. 즉, ‘일화(逸話)’는 ‘숨어있는 이야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므로 ‘유명(有名)’이라는 형용사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풀어쓰면 ‘잘 알려진 (有名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逸話)’이다... 앞뒤가 안맞는건 분명히 맞다.

즉 ‘유명한 일화(逸話)’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국어시험의 정답도 이에 대한 정확인 개념이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결국, ‘일화(逸話)’는 유명해진 순간 더 이상 ‘일화(逸話)’가 아니라는 것이 저 기사의 핵심이다.

원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특별히 알려질만한 계기가 없었던 이야기인데, 어떠어떠한 계기로 세상에 그 사연이 소개되었다. 주인공이 유명해지면서 주변 사람들에 의해 주인공의 버릇이나 특성 같은 것들이 모두 ‘일화(逸話)’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것이다.  

그렇다면, ‘유명한 일화(逸話)’ 대신 ‘유명해진 일화(逸話)’라고 하면 맞으려나?

국어 선생님께서 이 글을 읽으신다면 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2016년 병신(丙申)년에서 배우는 한자, 병신 (丙申) VS 병신(病身)






또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오고 있다. 2016년, 4의 배수.. 366일이 있는 해이고,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다. 미국대통령 선거와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도...

해마다 이맘때쯤 백말이니, 청양이니 하면서 다가오는 해의 간지(干支)를 결혼 및 출산육아 관련 마케팅에 활용하곤 한다. 그런데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동음이의어가 십분(!) 활용되고 있다. 

발음이 좀 민망하긴 하지만, 2016년은 병신(丙申)년, 60갑자 중 33번째 간지(干支)이고, 원숭이의 해이다. 잔나비라고도 하는데, 잔나비는 경북, 충북 지방 사투리라고 한다. 참고로 10干과 12支는 다음과 같다.

10干 :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12支 :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여기서 12支는 각각의 상징하는 동물과 연결이 된다. 2014년 갑오(甲午)년의 ‘午’는 말의 해였고, 2015년 을미(乙未)년은 양의 해였다. ‘신(申)’은 원숭이를 상징하는 ‘지지(地支)’이므로 2016년은 원숭이의 해이다. 60간지 중에서 원숭이의 해는 임신(壬申)년, 갑신(甲申)년, 병신(丙申)년, 무신(戊申)년, 경신(庚申)년 등 총 5번이 있다.

그렇다고 申이 원숭이를 뜻하는 글자는 아니다. 그냥 12지지 중 원숭이를 상징할 뿐이다. 원래는 번개를 형상화한 글자였으나, 번개가 내려칠 때 쭉 뻗는 형상에서 '펼치다' → 아뢰다'로 그 의미가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신청 (申請)', '신신당부 (申申當付)', '신고 (申告)', '신문고 (申聞鼓)', '추신 (追申)' 과 같은 단어에서 이 글자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60년 만에 돌아 온 병신(丙申)년, 얼마 전 이런 사진이 떠돌았다. 절묘하다. 이런 것 찾아내는 사람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병신(病身)’-. 한자의 뜻에서 알 수 있지만, 사전에는 ‘신체의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기형이거나 그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 또는 그런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다. 원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이렇게 불렀었다. 지금은 이런 용도로 쓰이지는 않는다. 그래서도 안된다. 그냥 ‘욕’일 뿐이다.

조감도(鳥瞰圖)의 의미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는 뉴스가 들린다. 꼭 뉴스에서 안 봐도 내가 사는 동네 주변에서는 “선착순 호수 지정”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짓다 만 듯 오랜 시간 방치되고 있는 공사현장도 간혹 있다.

이들의 공사 현장이나 모델하우스에 가면 완공된 단지의 형상을 그림으로나마 볼 수 있다. ‘이렇게 멋지게 여러분의 주거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하고 보여주는 그림, 조감도이다.    

조감도(鳥瞰圖)-. 

‘조(鳥)’는 ‘하늘을 나는 새’이고, ‘감(瞰)’은 ‘내려 본다’는 뜻이다. 즉, ‘조감도(鳥瞰圖)’는 하늘을 날고 있는 새의 시각에서 본 이미지이다. 즉, 조감도(鳥瞰圖)는 다음의 그림들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구도로 그려진다.
 
 
 


꼭,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아래 그림은 내려다 본 그림이 아니고 올려다 본 것이기 때문이다.

 


‘조감도(鳥瞰圖)’의 의미가 ‘하늘에서 내려다 본 그림’ 뿐만 아니라, 완공된 건축물 관련된 이미지를 총칭하는 것으로 확대된 것 같다.

아니면, 닭이나 오리의 시각에서 본 그림인가보다. ‘鷄(닭 계)’나 ‘鳧(오리 부)’의 글자에 ‘鳥(새 조)’가 있는 것처럼, 비록 닭과 오리가 하늘 높이 날지는 못하지만 새는 새이기 때문이다. ^.^

그러나, 결정적으로 ‘감(瞰)’ 이 ‘내려 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올려다 본 그림’은, 엄밀히 따지면,  ‘조감도(鳥瞰圖)’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건축업계에서 이 용어를 계속 쓴다고 시비가 붙는 상황은 없을 것 같다. ^^

2016년 1월 18일 월요일

홍동백서와 조율이시.. 그리고 좌포우혜

 
 
매년 명절 아침.. 주방에서 나오는 차례 음식들을 차례상 배치를 담당합니다. 매년 인터넷에서 아래와 같은 상차림 사진을 찾아보긴 하지만 사진처럼 완벽하게 차린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이번에는 예습 차원에서 차례 음식 배열 원칙을 정리 해 봤습니다.
 
 



 
조율이시(棗栗梨柿)
상 맨 앞 줄 (그림상 맨 아래줄)에 좌측부터 대추-밤-배-감 의 순으로 음식이 배치됩니다. 조율이시 순서인데, 조(棗)는 대추, 율(栗)은 밤, 이(梨)는 배, 시(柿)는 감을 각각 뜻하는 글자입니다.
 
홍동백서(紅東白西)
홍(紅)은 붉은 색, 백(白)은 횐색을 각각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즉, 홍색 과일은 동쪽, 백색 과일은 서쪽에 배치하라는 의미입니다. 이 지령(?)은 조율이시(棗栗梨柿)와 배치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과 감 대추가 오른쪽으로 가고 밤과 배가 왼쪽으로 이동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하여튼 그렇습니다.
 
좌포우혜(左脯右醯) 
조금 어려운 글자들이 나옵니다. 포脯를 왼쪽에, 혜醯를 오른쪽에 배치하라는 것인데 두 글자의 의미를 먼저 알아 봐야겠네요.
 
포脯는 肉(고기 육) + 甫(클 보 → 포, 음역할)로 이뤄진 형성자로, 얇게 저민 고기를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일반적으로 대구포, 육포 등에 쓰이는 바로 그 글자군요.
 
혜(醯)는 말 그대로 식혜를 말합니다. 쌀밥에 엿기름 가루를 우린 물을 부어 삭힌 것에, 생강과 설탕을 넣어 끓여 식힌 다음 건져 둔 밥알을 띄운 전통 음료입니다.
 
 




 
혜(醯)는  “酉”가 부수로 쓰였습니다. ‘酉’10번째 지지를 표시하는 글자이지만, 원래는 ‘술’을 의미하는 글자였습니다. 술을 만들 때, 발효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酉 글자가 들어간 글자는 발효를 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혜를 뜻하는 醯(식혜 혜)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좌포우혜는 왼쪽에는 생선포를, 오른쪽에는 식혜를 놓으라는 것이네요. 위의 그림에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식해(食醢)도 있습니다. 식혜(食醯)가 음료라면, 가자미 등의 생선과 같이 쓰이는 ‘식해(食醢)’는 생선에 약간의 소금과 쌀밥을 숙성시켜 만든 음식입니다.
 

 

醯와 醢
 
두 글자를 구분하기 바랍니다. 그릇명(皿) 위에 오른쪽 우(右)가 위치한 글자가 ‘식해(생선젓)’를 의미하는  “해” 자이고, 그릇명(皿) 위에 깃발 류 (㐬)가 위치한 글자가 밥풀 띄운 음료수 ‘식혜’의 “혜” 자입니다. 
 
즐겁고 넉넉한 명절 보내시고.. 많은 공감 부탁 드립니다.  ^^

오전12시 VS 오후12시... 자정 VS 정오

 
 
얼마전 JTBC 뉴스브리핑에 흥미로운 소재가 다뤄졌다. 오후 11시로부터 1시간이 지난 시간이 오전12시일까? 아니면 오후12시일까? 답은 둘 다 틀리다’였


일단 정오자정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에 포스팅 했던 글에도 있지만, 다시 한번 요약하면,
  



  • 11~1시까지를 자시(子時)’라고 해왔는데, 12시는 자시(子時)’()’ 가운데 있기 때문에 자정(子正)’이 된 것임. 
  • 11~1시까지는 오시(午時)’였는데, 12시는 오시(午時)’의 정 중앙에 있기 때문에 정오(正午)’가 된 것임. 

한편, '정오(正午)’를 기준으로, ‘오전(午前)’오후(午後)’가 나뉩니다또한 자시(子時)’오시(午時)’를 연결한 가상의 직선... ‘자오선(子午線)’에서도 이 글자의 유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전(午前) : 000001~ 115959
  • 정오(正午) : 120000
  • 오후(午後) : 120001~ 235959
  • 자정(子正) : 000000
 
, 정오와 자정은 오전 또는 오후와 독립적(?)인 관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전12또는 오후12라는 시간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존재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뉴스에서는 1212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는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http://bit.ly/1PnzlZL

종대와 횡대, 오와 열

 
 
군 생활을 체험하고 있는 여성 연예인들이 연일 아리송한 군대 용어를 접하며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이번에는 종대와 횡대, 오와 열이다.

종대와 횡대, 종횡무진(縱橫無盡)

縱(종)은 ‘세로’를 뜻하는 글자이다. ‘從(좇을 종)’이 ‘뒤를 따른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실을 뜻하는 ‘糹’가 없더라도 세로로 줄을 선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조회 시간에 줄을 서는 형태는 99.999% ‘종대(縱隊)’이다. 반 별로 몇 줄로 서 있느냐에 따라 2열종대가 되는지 3열, 4열 종대가 되는지가 구분되는 것이다. 학교 운동장의 구령대를 기준으로 세로로 서 있는 형태이므로 ‘종대(縱隊)’가 되는 것이다.




 
  
반면 橫(횡)은 ‘가로지르는 것’이다. 조회 시간에는 종대(縱隊)로 줄을 섰지만 체육시간에는 횡대(橫隊)로 모였을지도 모르겠다. 왼쪽에 4명이 일렬로 서고 그 옆으로 4명씩 채운다면 이는 4열횡대가 된다.


 ‘횡단보도(橫斷步道)’에서 쓰인 글자가 이 글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 갈 것이 있다.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길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런데 보행자의 시각에서는 ‘횡(橫)’이 아닌 ‘종(縱)’이다.

운전자가 무한정 ‘조심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운전자의 시각에서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종횡무진(縱橫無盡)

지난 주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소속팀 경기에서 무려 3골을 넣으며 특출나게 돋보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이럴 때 ‘종횡무진(縱橫無盡)’이라는 표현을 접하게 된다. 말 그대로 상대팀의 어느 누구도 막지 못했다. ‘거침없는’ 활약을 한 것이다.  

그런데 무언가를 가로 지른다는 것은 섞이는 것이고 가지런하게 정리된 상태가 흐트러지거나 질서를 거스르는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정상적인’ 상황을 표현하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횡재(橫材)’나 ‘비명횡사(非命橫死)’에서 쓰인 ‘횡(橫)’은 ‘비정상적인’ 또는 ‘미처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오(伍)와 열(列)...

오(伍)는 원래는 다섯(五) 사람(亻)을 뜻하는 글자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다섯 사람을 최소 단위로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행군 할 때 ‘다섯 사람씩 편제한 한 열’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네이버 한자 사전). 여기에서 ‘낙오(落伍)’라는 말이 나온다. 대열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뜻이다. 

오와 열을 맞춰라!

4열종대로 줄을 섰을 때, 좌우간격도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고, 앞뒤 간격도 맞춰야 한다. 이렇게 오와 열을 맞추면 다음과 같이 대형이 유지된다. 좌우와 앞뒤 간격이 정사각형이 되는 것이다.




초보 군인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니 국군의 날 행사를 위해 연습을 하지 않는 한 병장 계급장을 달고 있는 병사들도 맞추기 쉽지 않다. 오와 열을 맞추라고 지시하는 지휘관들도 정작 본인들이 오와 열을 맞춰 행군하는 것을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교관이나 지휘관들은 오와 열을 맞추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오와 열~!!!”을 외친다. 군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후 나름대로 그 해답을 찾았다. 그냥 내 전후좌우에 위치한 동료들과 호흡을 같이 하고 집중하라는 의미라고 나 혼자 개념지어버렸다. 



사회초년생을 위한 연말정산, 소득공제 해설

 
 
연말정산? 소득공제???

약 20여년전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이게 도대체 뭐지?’ 했던 기억이 난다. 주관 부서인 국세청은 물론이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말정산에 대한 해설이 나오고 있지만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직장인에게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에게 초점을 맞추어 연말 정산과 소득공제의 개념을 정리 해 본다.

급여 명세서

일단, 급여 명세서의 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급여 명세서는 내가 받는 급여의 총액이 얼마인지, 그 중에서 4대 보험과 세금 등으로 공제된 금액이 얼마인지, 그래서 내 통장에 입금이 되는 실 수령액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서류이다. 즉, 급여명세서를 보면 내 월급에서 4대보험료와 세금을 얼마나 공제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급여명세서를 챙기는 사회 초년생은 그리 많지 않다.

근로소득 간이세액 조견표와 원천징수

그렇다면 매월 공제하는 갑종근로소득세는 어떻게 계산되는 것인가?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근로소득 간이세액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본인의 월 급여와 부양가족 수에 따라 공제하는 세금 액수가 나와 있다. 
 
 
근로소득간이세액표 다운받기
http://www.nts.go.kr/cal/cal_06.asp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로축은 소득액, 가로측은 부양가족수가 나와 있는데, 단 소득액에 비과세 항목은 제외된다. 즉, 급여 명세서에 식대, 자기차량운전보조금, 출산육아수당 등의 항목이 있다면 이 금액을 빼고 소득액을 봐야 한다.

이렇게 근로소득 간이세액조견표에 따라 세금을 공제하는 과정을 “원천징수”라고 한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월 급여를 지급할 때 그 직원이 납부해야 할 세금을 미리 거둬 놓았다가 (이를 원천징수라 함)  다음 달 10일까지 해당 직원의 소득세를 국세청과 회사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대신 내주는 것이다. 

소득공제와 연말정산

이렇게 매달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소득이 고스란히 세무 당국에 신고 되고, 이에 따른 세금 또한 납부된다.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소득이 노출되기 때문에  “유리지갑” 이라는 말도 나왔다.

개인인건 법인이건 사업자는 맘만 먹으면 본인의 소득을 축소 신고하여 세금을 줄일 수 있지만, 직장인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유리지갑”이 된 것이다. 어쨋건 직장인은 이렇게 1년간 세금을 납부했다.

그런데 급여로 받은 모든 돈을 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계산하지는 않는다. 즉, 가족을 부양하는 데 쓰인 돈, 자녀 교육에 쓰인 돈, 내집 마련을 위해 금융권에 저축한 돈, 본인이나 가족이 아파서 병원비로 쓰인 돈, 은퇴 후의 삶을 위해 연금저축에 불입한 돈 등은 소득으로 보지 않고, 따라서 이렇게 쓰인 돈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득은 소득이지만, 소득세를 산정하는 소득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소득공제의 개념이다.


세액공제는 ‘세금으로 보지 않는 것’?

최근 2014년 귀속 연말정산에 소득공제 항목이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세금 부담이 늘었다고 푸념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어럽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세액공제는 또 뭔가?

소득공제가 ‘소득이지만 소득으로 안보는 것’이라는 공식을 그대로 대입하여, ‘세금이지만 세금으로 보지 않는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세금에서 빼 주는 것이다.

총소득 – 소득공제액 * 세율 = 납부해야 할 세금
총소득 * 세율 – 세액공제액 = 납부해야 할 세금


요약... 

1. 매월 월급을 받을 때 회사는 일정 금액의 세금을 공제한다.

2. 회사는 떼 놓은 세금을 다음달 10일 세무서에 납부한다.

3. 세금을 부과할 수 없는 소득 항목을 총 과세대상 소득에서 다 빼낸 후 세율을 곱해 내가 납부해야 할 세금을 계산한다.

4. 1년 동안 매월 납부한 세금보다 2번 항에서 산출한 세금이 적으면 해당 금액만큼 돌려 받는다. 반면, 내가 1년 동안 매월 납부한 세금보다 2번 항에서 산출한 세금이 많으면 오히려 더 납부해야 한다.

5. 이렇게 연말 정산이 끝나면 회사에서는 원천징수영수증을 발급한다. 원천징수 영수증은 내가 1년동안 근로소득과 납부한 세금이 얼마인지가 담겨져 있는 문서이다.

Tip.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매년 원천징수영수증을 보관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한 20년쯤 모아 놓으면 열심히 살아 온 흔적이 될 것 같다. 아쉽게도 난 모으질 못했다..

2016년 1월 15일 금요일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위 세 가지를 흔히 3대 법정수당이라고 한다.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노동관계법령에서 통용되는 용어인데, 특근수당 또는 시간외수당과 같은 용어와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따지자면 연장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을 포괄하는 개념이 “시간외수당”이라 할 수 있다.

급여를 정산할 경우 해당 연장 (또는 휴일) 근무 시간만큼은 통상임금의 150%를 계산해야 하므로 결과는 같을 수 있으나 인사 실무자들은 각각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연장근로수당 

말 그대로 기본근로시간보다 추가로 근무한 시간에 대한 대가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에는 “1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즉, ‘연장근로’란, ‘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로’ 또는 ‘일 8시간을 초과한 근로’를 말한다. 흔히 “주5일 근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하루 8시간씩 월화수목금 5일을 근무하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쓰이는 용어일 뿐,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다.

다시 말해서 월~금은 7시간씩 근무하고 토요일날 5시간을 근무하더라도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것이므로, 연장수당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월~토까지 7시간씩 근무한다면 주당 총 42시간을 근무하는 것이므로 2시간의 연장 근무 수당이 발생하게 된다.

휴일근로수당 

휴일에 대한 규정은 회사마다 다르다. 물론 많은 회사들이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흔히 말하는 “빨간 날”을 휴일로 규정해 놓았다. 이는 각 회사별 취업규칙에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각 회사별로 취업규칙에 명시된 휴일에 근로를 하게 되면 휴일근로수당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취업규칙은 회사의 재량이기 때문에 모든 회사들이 “빨간 날”을 휴일로 규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이런 회사들의 경우 공휴일 근로를 하더라도 휴일근로수당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떠한 회사도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은 유급휴일로 지정해야 한다. 즉, 회사에서 정한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 출근하여 일을 한다면 휴일근로수당이 발생한다.

주휴일에 대한 규정은 “근로기준법 제55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는 규정에 의한 것이고 이를 주휴일이라고 한다. 또한, 근로자의 날을 유급휴일로 한다는 규정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런 법도 있었다니......
 
 


 
야간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은 22시부터 익일 06시 사이에 근로를 하는 경우 발생한다. 가령,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근무하는 경우 야간근로 시간은 2시간이 되므로 이에 해당하는 야간근로수당이 급여에 계산되어야 한다.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은 통상임금의 150%를 계산하여야 하지만, 야간근로수당은 통상임금의 50%만 지급하면 된다. 야간근로시간 자체가 이미 기본급에 계산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가 규정한 휴일에 야간근로를 한다면, 휴일근로수당 150%에 야간근로수당 50%가 추가로 계산되어야 한다.
 
단, 야간근로수당은 5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만 적용된다. 편의점 같은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자는 야간근로수당이 해당이 안된다는 것이다.  

짬밥의 뜻과 유래

 
 
계급이 최우선인 군에서, 계급만큼 대우받는 것이 소위 ‘짬밥’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계급보다 “짬밥”이 더 상위에 있는 경우도 매우 많다.
 
부대에 갓 전입 온 소위보다 상병, 병장이 어느 정도 기간까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능숙하다. 심지어는 군복 맵시도 더 난다. 소위 “짬밥”의 효과이다.
 
 

“짬밥”은 군에서 먹은 밥이다. “짬밥”을 많이 먹었다는 것은 군 울타리 안에서 많은 시간을보냈다는 것, 그 과정에서 군 생활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짬밥”일까?
 

군인들이 밥을 먹고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바로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일이다. 전문용어(?)로 ‘잔반(殘飯)처리’이다. 식사를 마친 후, 먹고 남은 (殘)밥과 반찬 (飯)을 식판 한 곳에 모아놓고 이를 음식물 쓰레기 통 (속칭 "짬통")에 버리는 행위가 '잔반(殘飯)처리' 이다.
 

잔반 처리를 깨끗하고 깔끔하게 하는 것도 요령이 필요했는지 모르겠지만, ‘잔반(殘飯)’에서 "짬밥"이라는 ‘군사용어(!)가 유래되었다. '음식물 쓰레기'에 불과했던 말이 '경험과 연륜'을 뜻하는 의미로 격상(?)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 참고
殘 (헤칠 잔, 나머지 잔) = 歹 (뼈 앙상할 알) + 戈(창 과) +戈(창 과) 
 

날카로운 창으로 누군가를 찌르고 파헤치는 상황을 묘사하는 글자이다. 그래서 ‘헤치다’, ‘죽이다’, ‘없애다’ 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잔인(殘忍) 잔혹(殘酷) 같은 예가 있다.
 

사람(또는 동물)을 죽이고, 파헤쳐진 ‘나머지 부분’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머지’ 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잔반(殘飯), 잔금(殘金), 패잔병(敗殘兵) 같은 단어에서 볼 수 있다.
 
飯(밥 반) = 食(밥 식 ; 뜻 역할) + 反 (반, 음 역할)
 
우리가 먹는 하얀 쌀밥이 ‘반(飯)’이다. 반(飯)과 함께 먹는 콩나물, 생선 같은 음식은 ‘찬(饌)’이다. 이를 합치면 ‘반찬(飯饌)’이다. 즉, ‘반찬’은 밥을 포함하는 의미이다. ‘밥과 곁들여 먹는 모든 음식’이다.
 
밥에 곁들여 먹는 술은 '반주(飯酒)'이고, 휴대용 밥그릇이 '반합(飯盒)'인데, 반찬을 넣으면 '찬합(饌盒)'이 된다.

지금은 그릇을 넣어 두는 기능만을 수행하지만, '찬장(饌欌)'은 남은 반찬을 보관하던 수납공간이었다.

갹출 (醵出).. 추렴할 갹(醵)... 술잔치 갹(醵)

 
 
얼마전 부산대학교에서 기분 좋은 소식 하나가 들려 왔다. 나랑은 전혀 상관 없는 일이지만, 이런 미담을 접하면 괜히 훈훈해지는 느낌이다.

 
여기서 '갹출(醵出)'이라는 한자어를 접했다. 아주 오래전이긴 하지만, 회사 동호회 비용 납부 안내 메일에 사용된 ‘갹출(醵出’)이라는 단어를 보고 ‘각출(各出)’의 오자(誤字)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갹'이라 발음되는 한자가 과연 있을까 싶었다. 아니 없을 것이라 스스로 단정 짓고 타이핑 실수로 치부해버린 것이다.

4년전쯤 1급 한자 시험공부를 할 때 이 글자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醵 (추렴할 갹) = 酉 (10번째 지지 유) + 豦 (거→갹 ; 음역할)

 
위와 같은 구조로 만들어진 형성자이다. ‘酉(유)’는 ‘닭 유’로 가르치고 배우고 있지만, 실제로 닭을 뜻하는 글자는 아니다. 12지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술해) 중 10번째 글자인데, ‘닭’을 상징할 뿐이다.

오히려 이 글자는 술을 뜻하는 글자였다. 술을 담을 수 있도록 배가 불룩하게 나오고 입이 좁은 그릇의 모양에서 유래된 글자이다.
 

 
지금은 의미를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물 수 (氵)’가 붙은 ‘酒’가 술을 뜻하는 글자로 쓰이고 있다. 어쨋건, 이 글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는 술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酌 (술 권할 작)
 
자작(自酌) : 혼자 술 따라 마시는 것.
작부(酌婦) : 술 따르는 여인네
대작(對酌) : 술 상대 해주는 것
 
위와 같은 단어들에서 볼 수 있다.
 
‘짐작(斟酌)’이나 ‘정상참작(情狀參酌)’ 같은 단어에서도 쓰였다. 지금은 ‘어떤 상황을 고려하고 헤아린다’는 뜻으로 통용되지만, 원래는 상대방의 잔에 술을 따를 때, 잔의 크기를 고려하여 술잔이 넘치지 않도록 배려한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었다.
 
 
동양의 전통술은 대부분 숙성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酉)가 부수로 쓰인 글자 중에는 ‘숙성 과정을 거치는 먹거리’를 뜻하는 글자도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장(醬)’이다. 된장 고추장 춘장 간장 등등...
소의 젖을 뜻하는 ‘酪(진한 유즙 락)’도 있다. 낙농업(酪農業)에서 쓰인 글자이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전통 음료 식혜(食醯), 이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가자미 등과 같은 생선을 발효시킨, 전혀 다른 음식 식해(食醢)를 뜻하는 글자에서도 ‘유(酉)’가 쓰였다는 것에서 ‘유(酉)’가 ‘숙성’ 과정을 뜻함을 알 수 있다.

다시 ‘갹(醵)’으로 돌아와서...

한자 시험에서의 모범 답안은 ‘추렴할 갹’이지만, 그 이전에 술과 관련된 어떤 뜻이 있었을 것 같다. 네이버 사전에 ‘술잔치’라는 뜻도 명시되어 있다. 술자리 참석자들이 술 마시려고 각자 내는 돈을 표현하는 글자였을 것 같다.  

그렇다면 각출(各出)은 뭐지? 각출(各出)도 엄연히 국어사전에 있는 단어인데? 국립국어원 설명을 찾아 봤지만 뭔 말인지 잘 모르겠으므로 패스~.
개인적으로 열독하는 국어 선생님 블로그를 찾아보니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실제 생활에서 혼용해도 써도 무방하다는 선생님의 코멘트도 있으니 굳이 구분을 하려는 노력은 필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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