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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9일 화요일

'유명한 일화 (逸話)'는 잘못된 표현?

 
 
“유명한 일화(逸話)?”

얼마전 방송된 ‘응답하라 1988’에서, 도룡뇽이 덕선이에게 정봉이형과 택이의 승부욕에 대한 옛추억을 전해주며 “유명한 일화...”라고 표현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표현을 보면서 얼마전 본 기사가 생각났다.  ‘유명한 일화(逸話)’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화(逸話)’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뜻한다. 국어 시험지에 자주 등장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逸 (일)’은 ‘편안하다’, ‘잃다’,  ‘달아나다’, ‘숨다’ 와 같이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안일(安逸)한 생각’과 같은 표현에도 쓰였고, ‘일탈(逸脫)’이라는 단어에서도 볼 수 있는 글자이다. 전자는 ‘편안하다’의 의미이고 후자는 ‘달아나다’의 의미이다.  

‘일화(逸話)’에서의 ‘일(逸)’은 ‘숨다’의 의미로 쓰였다. 즉, ‘일화(逸話)’는 ‘숨어있는 이야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므로 ‘유명(有名)’이라는 형용사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풀어쓰면 ‘잘 알려진 (有名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逸話)’이다... 앞뒤가 안맞는건 분명히 맞다.

즉 ‘유명한 일화(逸話)’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국어시험의 정답도 이에 대한 정확인 개념이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결국, ‘일화(逸話)’는 유명해진 순간 더 이상 ‘일화(逸話)’가 아니라는 것이 저 기사의 핵심이다.

원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특별히 알려질만한 계기가 없었던 이야기인데, 어떠어떠한 계기로 세상에 그 사연이 소개되었다. 주인공이 유명해지면서 주변 사람들에 의해 주인공의 버릇이나 특성 같은 것들이 모두 ‘일화(逸話)’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것이다.  

그렇다면, ‘유명한 일화(逸話)’ 대신 ‘유명해진 일화(逸話)’라고 하면 맞으려나?

국어 선생님께서 이 글을 읽으신다면 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