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을 체험하고 있는 여성 연예인들이 연일 아리송한 군대 용어를 접하며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이번에는 종대와 횡대, 오와 열이다.
종대와 횡대, 종횡무진(縱橫無盡)
縱(종)은 ‘세로’를 뜻하는 글자이다. ‘從(좇을 종)’이 ‘뒤를 따른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실을 뜻하는 ‘糹’가 없더라도 세로로 줄을 선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조회 시간에 줄을 서는 형태는 99.999% ‘종대(縱隊)’이다. 반 별로 몇 줄로 서 있느냐에 따라 2열종대가 되는지 3열, 4열 종대가 되는지가 구분되는 것이다. 학교 운동장의 구령대를 기준으로 세로로 서 있는 형태이므로 ‘종대(縱隊)’가 되는 것이다.

반면 橫(횡)은 ‘가로지르는 것’이다. 조회 시간에는 종대(縱隊)로 줄을 섰지만 체육시간에는 횡대(橫隊)로 모였을지도 모르겠다. 왼쪽에 4명이 일렬로 서고 그 옆으로 4명씩 채운다면 이는 4열횡대가 된다.

‘횡단보도(橫斷步道)’에서 쓰인 글자가 이 글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 갈 것이 있다.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길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런데 보행자의 시각에서는 ‘횡(橫)’이 아닌 ‘종(縱)’이다.
운전자가 무한정 ‘조심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운전자의 시각에서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종횡무진(縱橫無盡)
지난 주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소속팀 경기에서 무려 3골을 넣으며 특출나게 돋보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이럴 때 ‘종횡무진(縱橫無盡)’이라는 표현을 접하게 된다. 말 그대로 상대팀의 어느 누구도 막지 못했다. ‘거침없는’ 활약을 한 것이다.
그런데 무언가를 가로 지른다는 것은 섞이는 것이고 가지런하게 정리된 상태가 흐트러지거나 질서를 거스르는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정상적인’ 상황을 표현하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횡재(橫材)’나 ‘비명횡사(非命橫死)’에서 쓰인 ‘횡(橫)’은 ‘비정상적인’ 또는 ‘미처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오(伍)와 열(列)...
오(伍)는 원래는 다섯(五) 사람(亻)을 뜻하는 글자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다섯 사람을 최소 단위로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행군 할 때 ‘다섯 사람씩 편제한 한 열’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네이버 한자 사전). 여기에서 ‘낙오(落伍)’라는 말이 나온다. 대열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뜻이다.
오와 열을 맞춰라!
4열종대로 줄을 섰을 때, 좌우간격도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고, 앞뒤 간격도 맞춰야 한다. 이렇게 오와 열을 맞추면 다음과 같이 대형이 유지된다. 좌우와 앞뒤 간격이 정사각형이 되는 것이다.

초보 군인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니 국군의 날 행사를 위해 연습을 하지 않는 한 병장 계급장을 달고 있는 병사들도 맞추기 쉽지 않다. 오와 열을 맞추라고 지시하는 지휘관들도 정작 본인들이 오와 열을 맞춰 행군하는 것을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교관이나 지휘관들은 오와 열을 맞추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오와 열~!!!”을 외친다. 군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후 나름대로 그 해답을 찾았다. 그냥 내 전후좌우에 위치한 동료들과 호흡을 같이 하고 집중하라는 의미라고 나 혼자 개념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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