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5일 금요일

갹출 (醵出).. 추렴할 갹(醵)... 술잔치 갹(醵)

 
 
얼마전 부산대학교에서 기분 좋은 소식 하나가 들려 왔다. 나랑은 전혀 상관 없는 일이지만, 이런 미담을 접하면 괜히 훈훈해지는 느낌이다.

 
여기서 '갹출(醵出)'이라는 한자어를 접했다. 아주 오래전이긴 하지만, 회사 동호회 비용 납부 안내 메일에 사용된 ‘갹출(醵出’)이라는 단어를 보고 ‘각출(各出)’의 오자(誤字)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갹'이라 발음되는 한자가 과연 있을까 싶었다. 아니 없을 것이라 스스로 단정 짓고 타이핑 실수로 치부해버린 것이다.

4년전쯤 1급 한자 시험공부를 할 때 이 글자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醵 (추렴할 갹) = 酉 (10번째 지지 유) + 豦 (거→갹 ; 음역할)

 
위와 같은 구조로 만들어진 형성자이다. ‘酉(유)’는 ‘닭 유’로 가르치고 배우고 있지만, 실제로 닭을 뜻하는 글자는 아니다. 12지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술해) 중 10번째 글자인데, ‘닭’을 상징할 뿐이다.

오히려 이 글자는 술을 뜻하는 글자였다. 술을 담을 수 있도록 배가 불룩하게 나오고 입이 좁은 그릇의 모양에서 유래된 글자이다.
 

 
지금은 의미를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물 수 (氵)’가 붙은 ‘酒’가 술을 뜻하는 글자로 쓰이고 있다. 어쨋건, 이 글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는 술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酌 (술 권할 작)
 
자작(自酌) : 혼자 술 따라 마시는 것.
작부(酌婦) : 술 따르는 여인네
대작(對酌) : 술 상대 해주는 것
 
위와 같은 단어들에서 볼 수 있다.
 
‘짐작(斟酌)’이나 ‘정상참작(情狀參酌)’ 같은 단어에서도 쓰였다. 지금은 ‘어떤 상황을 고려하고 헤아린다’는 뜻으로 통용되지만, 원래는 상대방의 잔에 술을 따를 때, 잔의 크기를 고려하여 술잔이 넘치지 않도록 배려한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었다.
 
 
동양의 전통술은 대부분 숙성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酉)가 부수로 쓰인 글자 중에는 ‘숙성 과정을 거치는 먹거리’를 뜻하는 글자도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장(醬)’이다. 된장 고추장 춘장 간장 등등...
소의 젖을 뜻하는 ‘酪(진한 유즙 락)’도 있다. 낙농업(酪農業)에서 쓰인 글자이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전통 음료 식혜(食醯), 이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가자미 등과 같은 생선을 발효시킨, 전혀 다른 음식 식해(食醢)를 뜻하는 글자에서도 ‘유(酉)’가 쓰였다는 것에서 ‘유(酉)’가 ‘숙성’ 과정을 뜻함을 알 수 있다.

다시 ‘갹(醵)’으로 돌아와서...

한자 시험에서의 모범 답안은 ‘추렴할 갹’이지만, 그 이전에 술과 관련된 어떤 뜻이 있었을 것 같다. 네이버 사전에 ‘술잔치’라는 뜻도 명시되어 있다. 술자리 참석자들이 술 마시려고 각자 내는 돈을 표현하는 글자였을 것 같다.  

그렇다면 각출(各出)은 뭐지? 각출(各出)도 엄연히 국어사전에 있는 단어인데? 국립국어원 설명을 찾아 봤지만 뭔 말인지 잘 모르겠으므로 패스~.
개인적으로 열독하는 국어 선생님 블로그를 찾아보니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실제 생활에서 혼용해도 써도 무방하다는 선생님의 코멘트도 있으니 굳이 구분을 하려는 노력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우리 말을 멋지게 활용하고 싶으신 분들.. 아래 블로그 강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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