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8일 월요일

홍동백서와 조율이시.. 그리고 좌포우혜

 
 
매년 명절 아침.. 주방에서 나오는 차례 음식들을 차례상 배치를 담당합니다. 매년 인터넷에서 아래와 같은 상차림 사진을 찾아보긴 하지만 사진처럼 완벽하게 차린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이번에는 예습 차원에서 차례 음식 배열 원칙을 정리 해 봤습니다.
 
 



 
조율이시(棗栗梨柿)
상 맨 앞 줄 (그림상 맨 아래줄)에 좌측부터 대추-밤-배-감 의 순으로 음식이 배치됩니다. 조율이시 순서인데, 조(棗)는 대추, 율(栗)은 밤, 이(梨)는 배, 시(柿)는 감을 각각 뜻하는 글자입니다.
 
홍동백서(紅東白西)
홍(紅)은 붉은 색, 백(白)은 횐색을 각각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즉, 홍색 과일은 동쪽, 백색 과일은 서쪽에 배치하라는 의미입니다. 이 지령(?)은 조율이시(棗栗梨柿)와 배치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과 감 대추가 오른쪽으로 가고 밤과 배가 왼쪽으로 이동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하여튼 그렇습니다.
 
좌포우혜(左脯右醯) 
조금 어려운 글자들이 나옵니다. 포脯를 왼쪽에, 혜醯를 오른쪽에 배치하라는 것인데 두 글자의 의미를 먼저 알아 봐야겠네요.
 
포脯는 肉(고기 육) + 甫(클 보 → 포, 음역할)로 이뤄진 형성자로, 얇게 저민 고기를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일반적으로 대구포, 육포 등에 쓰이는 바로 그 글자군요.
 
혜(醯)는 말 그대로 식혜를 말합니다. 쌀밥에 엿기름 가루를 우린 물을 부어 삭힌 것에, 생강과 설탕을 넣어 끓여 식힌 다음 건져 둔 밥알을 띄운 전통 음료입니다.
 
 




 
혜(醯)는  “酉”가 부수로 쓰였습니다. ‘酉’10번째 지지를 표시하는 글자이지만, 원래는 ‘술’을 의미하는 글자였습니다. 술을 만들 때, 발효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酉 글자가 들어간 글자는 발효를 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혜를 뜻하는 醯(식혜 혜)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좌포우혜는 왼쪽에는 생선포를, 오른쪽에는 식혜를 놓으라는 것이네요. 위의 그림에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식해(食醢)도 있습니다. 식혜(食醯)가 음료라면, 가자미 등의 생선과 같이 쓰이는 ‘식해(食醢)’는 생선에 약간의 소금과 쌀밥을 숙성시켜 만든 음식입니다.
 

 

醯와 醢
 
두 글자를 구분하기 바랍니다. 그릇명(皿) 위에 오른쪽 우(右)가 위치한 글자가 ‘식해(생선젓)’를 의미하는  “해” 자이고, 그릇명(皿) 위에 깃발 류 (㐬)가 위치한 글자가 밥풀 띄운 음료수 ‘식혜’의 “혜” 자입니다. 
 
즐겁고 넉넉한 명절 보내시고.. 많은 공감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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