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7일 목요일

‘친인척(親姻戚)’? 친척(親戚)과 인척(姻戚)... 고모(姑母)와 이모(姨母)...



‘친인척(親姻戚)’? 친척(親戚)과 인척(姻戚)은 어떻게 다르지? 외척(外戚)은 또 뭐지? 어떤 포털 게시판에 올라왔던 글을 보고, 한번 정리 해 보고자 합니다.

친척(親戚)

‘친족과 외척을 함께 이르는 말’입니다. 친족은 아버지의 가족이고, 외척은 어머니의 가족입니다. 조선시대 외척(주로 중전의 남자 형제들 = 세자의 외삼촌들) 들은 큰 권력을 소유하기도 했지만, 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태종 이방원이 외척 세력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세종대왕의 외척 (민무구 민무질 형제) 들을 모두 죽인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나의 친족>




<나의 외척>




인척(姻戚)?

한편, ‘인척(姻戚)’은 한자어의 뜻을 먼저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인(姻)’은 ‘시집가다’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혼인(婚姻)’과 같은 단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원래는 여자가 시집가는 상황을 묘사한 글자이지만, 지금은 그냥 ‘결혼’을 총칭합니다.

엄마의 여자 형제, 즉 ‘이모(姨母)’는 나와 친족관계이지만, 이모의 남자친구는 나랑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모가 그 남자친구와 결혼했습니다. 나에게 이모부가 생겼습니다. 원래 아무런 관계가 아니었는데, ‘혼인(婚姻)’을 통해 이모부와 나는 친족 관계가 성립된 것입니다. 혼인 관계를 통해 친족 관계가 성립되었을 때, 이를 ‘인척(姻戚)’이라고 합니다.

앞선 예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모부와 고모부가 대표적인 나의 인척입니다. 이들은 나의 인척(姻戚)이자 친족(親族)입니다. 대한민국 민법 제777조는 친족의 범위를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모(姨母)와 고모(姑母)

‘이모(姨母)’ 역시 한자어입니다.

姨 = 女(여자 여 ; 뜻 역할) + 夷 (오랑캐 이 ; 음 역할)

로 구성된 형성자로, ‘姨’ 글자 자체가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뜻하고 있습니다. 이모의 아들딸은 나의 ‘이종(姨從)사촌’ 입니다. 여기서도 같은 글자를 볼 수 있습니다.

‘고모(姑母)’도 마찬가지입니다.

姑 = 女(여자 여 : 뜻 역할) + 古 (옛 고 ; 음 역할)

로 구성된 형성자이며, ‘아버지의 여자 형제’입니다. 역시 고모의 아들딸은 나와 고종(姑從)사촌입니다

그런데, ‘姑’는 ‘아버지의 여자 형제’ 말고도 ‘시어머니’를 뜻하는 글자로 쓰이기도 합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뜻하는 ‘고부(姑婦)’가 대표적입니다.

왜 같은 글자가 ‘고모’도 되고 ‘시어머니’도 될까 찾아 봤습니다. 근거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과거 친족 간의 결혼 풍습에서 유래되었다는 ‘설(說)’이 있더군요.

아버지와 아버지의 여동생이 결혼을 해서 나와 내 와이프를 낳았습니다. 내 와이프의 고모는 내 와이프의 시어머니도 됩니다. 이래서 ‘姑’가 고모도 되고 시어머니도 된다는 것인데... 이게 맞는 것인지? 세상에 이런 콩.가.루.가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

지금은 ‘근친상간(近親相姦)’이라고 하여, 법으로는 물론이거니와 정서적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고려시대 원나라 간섭 이전까지만 해도 친족간의 결혼은 왕족은 물론, 일반 백성들에게도 일반화된 생활 풍습이었습니다. 오히려 원나라가 반대하여 친족간의 결혼 풍습이 없어졌지요.

이렇게 친족간에 결혼을 하면 시어머니와 며느리 (姑婦 ; 고부) 사이에도 큰 문제는 없었겠군요. 그렇다면 이들의 갈등이 시작된 시점은 원나라에 의해 친족간의 결혼이 금지된 시기부터일까요? ^.^

2016년 3월 11일 금요일

향년과 방년, 그리고 묘령

 
 
3.1절 아침, 진짜사나이 여군 특집 재방송 시청 중. 여성 출연자의 나이가 소개되는 장면이었나? 하여튼 자막에 ‘향년(享年)’ 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봤더니 이미 잘못 쓰인 용어임이 네티즌들에 의해 지적된 상태였다. 다행이다.



享 (누릴 향)

‘享 (누릴 향)’은 신에게 제사를 드리기 위해 높은 토대 위에 지은 집의 모양을 표현한 글자이다. 






아주 오래전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신을 기리는 행사는 단순히 제사로 끝나지 않고 축제로 이어졌다. 오늘날 ‘축제’라는 단어에 ‘祭(제사 제)’를 사용하는 것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즉, 제사를 끝내고 제사 음식을 나눠 먹으며 축제를 즐기는 형상에서 ‘누리다’라는 뜻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 글자의 쓰이는 대표적인 단어가 있다.

향락(享樂)

'즐거움을 누린다'는 의미이지만, 뉘앙스는 단순하지 않다. 번쩍거리고 휘황찬란한 조명과 네온사인, 휘청거리는 밤거리 같은 이미지가 연상된다. 어쨋건 이 단어가 오랫동안 이런 이미지로 사용되어 왔다.


향년 (享年)

그리고, 문제의(!) ‘향년(享年)’이 있다.  돌아가신 분의 나이를 언급할 때, 향년 OO세 라는 표현을 쓴다. 이 때의 ‘享年(향년)’은 ‘OO세까지 삶을 누렸다’는 의미가 된다. 멀쩡이 살아 있는 사람의 나이에 쓰는 말이 아니다.

방송에서 자막을 만드는 사람이 작가인지 PD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쨋건 제작진은 ‘방년(芳年)’이라는 말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芳 (꽃향기 방)

‘草 (풀 초)’는 ‘풀’을 뜻한다. 艹와 艸 모두 같은 글자이다. 즉, 글자에 艹와 艸가 부수로 쓰이면 ‘풀’ 또는 ‘식물’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花 (꽃 화), 英 (꽃부리 영), 茶 (차 다) 등의 글자가 그 예이다.

‘苦 (쓸 고)’ 글자는 ‘쓴 맛’, ‘맛이 쓰다’ 등의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원래는 ‘쓴 맛 나는 식물’을 뜻하는 글자에서 의미가 확대된 사례이다.

즉, 방(芳)은  ‘식물의 향기’를 뜻하는 글자이다. 냄새가 아니라 향기... 좋은 이미지가 느껴진다.
남의 이름을 높여 부를 때 ‘방명(芳名)’이라고 하며, 이를 기록한 책이 ‘방명록(芳名錄)’이다.


방년 (芳年)과 묘령 (妙齡)

‘방년(芳年)’.. 20세 전후 여성의 나이를 칭할 때 쓰인다. 말 그대로 꽃다운 나이이다. 연관 검색어로 ‘묘령(妙齡)’이라는 단어도 보인다. 뜻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뉘앙스이다.

‘방년(芳年)’이 꽃향기처럼 푸릇푸릇하고 생기발랄함이 느껴진다면, ‘묘령(妙齡)’은 ‘신비로움?’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오묘(奧妙).. 미묘(微妙.. 교묘(巧妙.. 절묘(絶妙).. 묘기(妙技)..묘미(妙味)... 등등의 어휘에서 받은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妙(묘할 묘)가 무엇인가? ‘女’와 ‘小’를 합친 글자이다. ‘젊은 여자’는 오묘하고 이해하기 힘든 존재? 이 글자가 만들어진 시점부터 ‘젊은 여자’의 이미지는 그랬나보다.


바둑 용어.. 기사 & 기원 & 복기 & 장기 & 불계


 
<사진 출처 : SBS>
 
 

알파고의 능력은 이세돌을 비롯한 바둑 전문가들의 상상 이상 이었나보다. 얼마 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세돌은 아주 당연하게(!) 본인의 승리를 예상했었다. 실수로 한 번 정도의 패배는 있을 수 있다는 말에서 인류 최강의 여유도 느껴졌었다.   

이세돌 9단의 설레발(?)을 비난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심기일전하여 한번 정도는 이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버스 스윕을 하면 더 좋고...

이래저래 지난 연말부터 바둑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시발점은 ‘응팔’의 최택 9단이었고, 이번 세기의 대결에서 그 관심이 폭발하며, 기어이 ‘불계’라는 단어가 검색어 1위에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불계(不計)

바둑은 누가 집을 더 많이 만드는가를 겨루는 경기이다. 그래서 흑백 각각 집의 수를 세어 승패를 결정하는데, 굳이 카운트를 하지 않아도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불계(不計)’라는 용어가 나왔다.         

기왕 바둑 이야기를 한 김에 바둑에서 쓰이는 몇 가지 한자어를 찾아 봤다.

일단, 바둑을 뜻하는 한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棋 (바둑 기) = 木(나무 목) + 其(그 기 ; 음 역할)

碁 (바둑 기) = 石(돌 석) + 其(그 기 ; 음 역할)


위 두 글자의 차이는 ‘나무(木)’냐, ‘돌(石)’이냐의 차이이다. 그래서, ‘나무(木)’가 뜻 역할을 하는 ‘棋’는 나무로 만들어진 바둑판을, ‘돌(石)’이 뜻 역할을 하는 ‘碁’는 바둑돌을 각각 의미하는 것이다. 

바둑 선수(?)나 바둑 두는 장소를 일컬을 때는 일반적으로 ‘棋’를 쓴다. 그래서 ‘기사(棋士)’이고 ‘棋院(기원)’이다. ‘碁士(기사)’나 ‘碁院(기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참고로 국어사전에는 각각 두 단어 모두 실려 있다.
 
‘기사’의 경우 동음이의가 꽤 많이 나온다. 정리하자면... 

  • 技士(기사) ... 운전기사
  • 技師(기사) ... 기술자, 엔지니어.. (예) 전기기사, 정보처리기사 등
  • 騎士(기사) ... 백마를 탄 기사
  • 記事(기사) ... 신문 기사

復碁(복기) 또는 復棋(복기)

대국을 마친 기사들은 본인과 상대방의 수를 처음부터 한 수 한 수 되짚어 보며 승패의 원인을 분석한다. 이를 ‘復碁(복기)’라고 한다. 바둑돌을 되짚어 본다는 의미이다. 


바둑과 장기

흔히 흑백의 돌이 경합을 벌이는 것을 바둑이라고 하고, 초나라와 한나라가 싸우는 게임을 ‘將棋(장기)’라고 하는데, 여기에 ‘棋(바둑 기)’가 쓰였다. 그래서 ‘바둑’의 어원을 찾아보니, 밭 모양의 판에서 돌을 이용한 놀이 (또는 게임)에 그 어원이 있는 것 같다.

다음은 http://blog.naver.com/finetree_/100175073613 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15세기의 “금강경삼가해”에 ‘바독’으로 표현됨. 또는  ‘바돌’이라고도 함.

밭(田) + 독(石) :  BAT + DOK -> BADUK

바독’을 ‘밭’〔田〕과 ‘독’〔石〕의 결합으로 보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돌’〔石〕을 ‘독’이라고도 하고(경상, 전라, 충남, 제주 지역에서는 ‘돌’을 ‘독’이라 한다.), ‘바둑’을 ‘바돌’이라고도 하기 때문에(경상, 전라, 충남 지역에서는 ‘바둑’을 ‘바돌’이라고도 한다.),

즉, 밭 모양의 판에서 벌이는 놀이 중에서도, 초나라와 한나라의 將軍(장군)이 경쟁하기 때문에 ‘將棋(장기)’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맺음말

어떤 과학자가 그랬다.

“알파고는 감정이 없다, 이세돌 9단이 변칙 수를 쓰며 아무리 흔들어도 알파고는 상대방이 자기를 흔드는가를 느끼지 못한다. 그저 상대방의 수에 대응할 뿐이다."

변칙 수로 ‘의표를 찌르려는’ 의도를 상대방이 느껴야 되는데, 정작 알파고는 본인이 바둑을 두는지도 모르고 있다니 허탈하기도 하다.

그래, 그냥 축제일뿐이다. 최택 9단만큼 착하게 생긴 이세돌 9단이 굳이 결과에 연연하거나 의기소침할 필요 없다. 

2016년 3월 6일 일요일

종이접기 VS 오리가미

종이접기 VS 오리가미(?)

MBC 능력자들 이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보는데, 종이 한 장으로 다양한 동식물을 만드는 사람이 나왔다. 작품 하나하나 볼수록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칼이나 가위 등의 도구를 전혀 쓰지 않고 종이 한장으로 이런 것들을 만들다니.... !!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에서는 꽤 대중화 되었나보다. 일본 용어는 ‘오리가미’라고 한다고 한다.

그게 무슨 뜻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 '능력자'는 "그냥 어원" 이라고 답을 하기에 직접 한번 찾아 봤다.

오리가미 折紙 (おりがみ)

일본어사전에는 ‘折紙’라고 나와 있다. ‘절(折)’은 ‘꺽다’는 뜻이고 ‘지(紙)’는 ‘종이’를 뜻하는 글자이지만, 이 한자어의 조합은 국어사전에는 없다.

扌 (손 수) + 斤 (도끼 근)

도끼를 손으로 잡고 나무를 자르는 동작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자르다’, ‘꺾다’, ‘접다’, ‘부러지다’ 등등의 뜻으로 쓰인다.

정리하자면, 이번 방송에서 소개된 ‘오리가미’는 ‘折紙(절지)’의 일본식 발음 (おりがみ)이다. 우리는 그냥 ‘종이접기’라고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Tip

‘折 (꺽을 절)’은 다음과 같은 단어에서 볼 수 있다. ‘절반(折半)’ ‘좌절(挫折)’ ‘절충(折衷)’ ‘요절(夭折)’ ‘골절(骨折)’ 등등...

재미있는 것은 ‘중절모(中折帽)’다. 가운데가 움푹 파인 형상을 하고 있어 이 글자로 표현했나보다.

2016년 1월 19일 화요일

고문관의 유래와 의미

 
 
“맞을 짓을 하니까 맞았겠지...”
 
군대 내 폭력에 면죄부를 주는, 지금 시대에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는 표현입니다만, 아주 오래전부터 군 내에서 공공연히 통용(?)되던 말입니다.
 
일사불란한 지휘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것이 군 조직의 기본 생리인데, 행동이 다소 느리거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한 박자씩 놓치는 사람들은 잘 훈련된 군 간부들의 시점에서는 답답할 것 같긴 합니다.
 
언젠가부터 이들을 ‘고문관(顧問官)’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고문관’으로 찍히는 순간 이들은 조직 내에서 노리개로 전락합니다.

연예인들이 군대 체험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고문관(顧問官)’은 있지만, 이들은 그냥 웃음의 장치일 뿐입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군대 내 폭력의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문관(顧問官)의 유래
 
‘고문(顧問)’은 특정 분야에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문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고문(顧問)’입니다.
 
회사 조직에도 상근 또는 비상근 ‘고문(顧問)님’ 들이 계십니다만, 해방 직후 미 군정기(軍政期)나 625 전쟁 때, 우리 군사의 작전권을 가지고 있던 미국에서 우리 군대에 미국인 군사 고문관(顧問官) 들을 배치했었는데, 이들 고문관들은 우리나라 실정이나 말에 익숙하지 않아 어리석거나 굼뜬 행동을 많이 했었나 봅니다.
 
즉, 미군에서 파견한 고문관(顧問官)이 우리나라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자, 작전권이 있으니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못하고, 우회적으로나마 그들을 조롱하고 싶은 속내에서 ‘미국 고문관=모자란 놈’ 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우리 병사들에게 사용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수류탄(手榴彈)과 최루탄 (催淚彈)

석류 나무 류 
눈물 루 
 
수류탄(手榴彈)
손에 있는 폭탄이다. 여기서는 석류 류 자이다. 슈류탄 手榴彈에 왜 석류를 뜻하는 글자가 들어 갔을까? 익으면 저절로 터지는 석류 열매의 특성과 석류의 모양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최루탄 (催淚彈)
수류탄 발음과 혼동하여, 최류탄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최루탄 (催淚彈)'이 맞다. 여기서 쓰인 '눈물' 이라는 뜻으로, '눈물 ()'을 '재촉한다 ()'는 뜻이다. 따라서, 데모를 진압하기 위해 많이 쓰이는 최루탄 (또는 가스) 은 눈물이 나오게 하는 화학 무기라는 점을 떠 올리면보다 이해가 빠를 듯 하다.  
 
 
'재촉하다'는 뜻의 최()는 다음과 같은 쓰임새가 있다.
 
l  개최(開催) / 주최 (主催)
l  최면(催眠) : 잠이 오게 함.
l  최고장 (催告狀) : 재촉 또는 독촉하는 뜻으로 내는 통지서
 
 
'촉루 (燭淚)'는 초의 눈물이다. , '촛농'을 의인화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걸그룹의 원조 핑클의 노래 중 '루비 (淚悲)'라는 것이 있다. '슬픈 눈물' 이라고 하는 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기에도  '눈물淚' 가 쓰였다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로 알려진 이인직의 '혈의 '도 마찬가지이다.

서거(逝去)의 의미.. 그리고 죽음을 표현하는 한자어





영면(永眠)

영면(永眠)은 ‘길(永)게 잠든다(眠)’ 즉, 죽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 사망했을 때 '영면(永眠) 했다'라는 표현을 보게 됩니다. 죽음을 의미하는 한자는 ‘죽을 死’가 있고, 흔히 사망(死亡)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지만 망자의 생전 지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서거(逝去)와 붕어(崩御)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 ‘서거(逝去)’라는 단어가 보입니다. 전현직 대통령의 죽음은 ‘서거(逝去)’ 라는 단어로 표현해 왔습니다. ‘서(逝)’는 '가다', '지나가다'라는 뜻인데, ‘죽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글자입니다.

한편, 임금님의 죽음은 ‘승하(昇遐)’, ‘붕어(崩御)’ 라고 했습니다. ‘승하(昇遐)’는 ‘멀리 (遐)’ ‘올라갔다 (昇)’는 뜻의 조합으로 나랏님의 죽음을 높였다면, ‘붕어(崩御)’는 ‘임금님 (御)’이 ‘무너졌다(崩)’의 의미가 됩니다.

붕(崩)은 '죽음'의 뜻도 가지고 있지만, '붕괴(崩壞)'의 예처럼 '무너지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데, 21세기 최고 유행어인 '멘붕(Mental 崩)'에 쓰인 '붕(崩)'도 이와 같은 의미입니다.

‘타계(他界)’는 다른 (他) 세계(界) 이므로, 죽음을 의미하는 또 다른 말로 신문, 언론에 많이 쓰입니다. 타계가 어느 정도 알려진 인사의 죽음에 붙여진다면, ‘별세(別世)’나 ‘작고(作故)’는 일반인들에게 두루 쓰이는 표현입니다.

소천(所天)과 입적(入寂)

천주교나 기독교에서는 '하늘의 (天) 부름을 받았다(召)'고 하여, '소천(召天)'이라 하고, 불교 지도자가 돌아가신 경우 '입적(入寂)'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고통과 번뇌의 세상을 떠나 고요함(寂)으로 들어간다(入)'는 한자어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영원한 진리를 깨달은 경지를 불교 용어로 '열반(涅槃)'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높은 경지의 덕을 쌓은 불교 지도자의 죽음을 일컫습니다. 

산화(散華 또는 散花)

식물에서, 꽃은 피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을 ‘산화(散華 또는 散花)’라고 합니다. 이에 비유하여, 꽃다운 나이에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군인들의 죽음도 '산화(散華)' 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순국(殉國), 순직(殉職), 순교(殉敎)

나라를 위한 죽음을 의미할 때 ‘순국(殉國)’ 이라는 단어도 눈에 익습니다. ‘순국선열(殉國先烈)’이 대표적입니다.

반면 나라를 위한 일은 아니었지만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다 죽었을 경우 ‘순직(殉職)’이라 하고, 종교에서 포교의 목적으로 목숨을 내 던진 사람을 ‘순교(殉敎)했다’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순(殉)’은 따라 죽는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고대에 ‘순장(殉葬)’의 풍습이 있었습니다. 임금이나 통치자가 죽으면 가까웠던 사람 (처, 첩 등)을 함께 묻는 것이 ‘순장(殉葬)’입니다. 결국, 통치자의 처와 첩은 통치자가 죽으면 ‘따라 죽어야 (殉)’ 했던 것입니다.

미망인(未亡人)??

참고로, 순장(殉葬)의 풍속에서 나온 말로 ‘미망인’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망인(未亡人)은 ‘아직 죽지 않은 사람’입니다. 즉, 예전 순장(殉葬)의 풍습과 관련하여, ‘남편이 죽었는데 왜 따라 죽지 않았느냐’ 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요즈음 시대에 남편과 사별한 부인을 지칭하는 말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명한 일화 (逸話)'는 잘못된 표현?

 
 
“유명한 일화(逸話)?”

얼마전 방송된 ‘응답하라 1988’에서, 도룡뇽이 덕선이에게 정봉이형과 택이의 승부욕에 대한 옛추억을 전해주며 “유명한 일화...”라고 표현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표현을 보면서 얼마전 본 기사가 생각났다.  ‘유명한 일화(逸話)’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화(逸話)’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뜻한다. 국어 시험지에 자주 등장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逸 (일)’은 ‘편안하다’, ‘잃다’,  ‘달아나다’, ‘숨다’ 와 같이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안일(安逸)한 생각’과 같은 표현에도 쓰였고, ‘일탈(逸脫)’이라는 단어에서도 볼 수 있는 글자이다. 전자는 ‘편안하다’의 의미이고 후자는 ‘달아나다’의 의미이다.  

‘일화(逸話)’에서의 ‘일(逸)’은 ‘숨다’의 의미로 쓰였다. 즉, ‘일화(逸話)’는 ‘숨어있는 이야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므로 ‘유명(有名)’이라는 형용사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풀어쓰면 ‘잘 알려진 (有名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逸話)’이다... 앞뒤가 안맞는건 분명히 맞다.

즉 ‘유명한 일화(逸話)’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국어시험의 정답도 이에 대한 정확인 개념이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결국, ‘일화(逸話)’는 유명해진 순간 더 이상 ‘일화(逸話)’가 아니라는 것이 저 기사의 핵심이다.

원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특별히 알려질만한 계기가 없었던 이야기인데, 어떠어떠한 계기로 세상에 그 사연이 소개되었다. 주인공이 유명해지면서 주변 사람들에 의해 주인공의 버릇이나 특성 같은 것들이 모두 ‘일화(逸話)’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것이다.  

그렇다면, ‘유명한 일화(逸話)’ 대신 ‘유명해진 일화(逸話)’라고 하면 맞으려나?

국어 선생님께서 이 글을 읽으신다면 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2016년 병신(丙申)년에서 배우는 한자, 병신 (丙申) VS 병신(病身)






또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오고 있다. 2016년, 4의 배수.. 366일이 있는 해이고,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다. 미국대통령 선거와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도...

해마다 이맘때쯤 백말이니, 청양이니 하면서 다가오는 해의 간지(干支)를 결혼 및 출산육아 관련 마케팅에 활용하곤 한다. 그런데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동음이의어가 십분(!) 활용되고 있다. 

발음이 좀 민망하긴 하지만, 2016년은 병신(丙申)년, 60갑자 중 33번째 간지(干支)이고, 원숭이의 해이다. 잔나비라고도 하는데, 잔나비는 경북, 충북 지방 사투리라고 한다. 참고로 10干과 12支는 다음과 같다.

10干 :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12支 :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여기서 12支는 각각의 상징하는 동물과 연결이 된다. 2014년 갑오(甲午)년의 ‘午’는 말의 해였고, 2015년 을미(乙未)년은 양의 해였다. ‘신(申)’은 원숭이를 상징하는 ‘지지(地支)’이므로 2016년은 원숭이의 해이다. 60간지 중에서 원숭이의 해는 임신(壬申)년, 갑신(甲申)년, 병신(丙申)년, 무신(戊申)년, 경신(庚申)년 등 총 5번이 있다.

그렇다고 申이 원숭이를 뜻하는 글자는 아니다. 그냥 12지지 중 원숭이를 상징할 뿐이다. 원래는 번개를 형상화한 글자였으나, 번개가 내려칠 때 쭉 뻗는 형상에서 '펼치다' → 아뢰다'로 그 의미가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신청 (申請)', '신신당부 (申申當付)', '신고 (申告)', '신문고 (申聞鼓)', '추신 (追申)' 과 같은 단어에서 이 글자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60년 만에 돌아 온 병신(丙申)년, 얼마 전 이런 사진이 떠돌았다. 절묘하다. 이런 것 찾아내는 사람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병신(病身)’-. 한자의 뜻에서 알 수 있지만, 사전에는 ‘신체의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기형이거나 그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 또는 그런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다. 원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이렇게 불렀었다. 지금은 이런 용도로 쓰이지는 않는다. 그래서도 안된다. 그냥 ‘욕’일 뿐이다.

조감도(鳥瞰圖)의 의미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는 뉴스가 들린다. 꼭 뉴스에서 안 봐도 내가 사는 동네 주변에서는 “선착순 호수 지정”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짓다 만 듯 오랜 시간 방치되고 있는 공사현장도 간혹 있다.

이들의 공사 현장이나 모델하우스에 가면 완공된 단지의 형상을 그림으로나마 볼 수 있다. ‘이렇게 멋지게 여러분의 주거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하고 보여주는 그림, 조감도이다.    

조감도(鳥瞰圖)-. 

‘조(鳥)’는 ‘하늘을 나는 새’이고, ‘감(瞰)’은 ‘내려 본다’는 뜻이다. 즉, ‘조감도(鳥瞰圖)’는 하늘을 날고 있는 새의 시각에서 본 이미지이다. 즉, 조감도(鳥瞰圖)는 다음의 그림들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구도로 그려진다.
 
 
 


꼭,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아래 그림은 내려다 본 그림이 아니고 올려다 본 것이기 때문이다.

 


‘조감도(鳥瞰圖)’의 의미가 ‘하늘에서 내려다 본 그림’ 뿐만 아니라, 완공된 건축물 관련된 이미지를 총칭하는 것으로 확대된 것 같다.

아니면, 닭이나 오리의 시각에서 본 그림인가보다. ‘鷄(닭 계)’나 ‘鳧(오리 부)’의 글자에 ‘鳥(새 조)’가 있는 것처럼, 비록 닭과 오리가 하늘 높이 날지는 못하지만 새는 새이기 때문이다. ^.^

그러나, 결정적으로 ‘감(瞰)’ 이 ‘내려 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올려다 본 그림’은, 엄밀히 따지면,  ‘조감도(鳥瞰圖)’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건축업계에서 이 용어를 계속 쓴다고 시비가 붙는 상황은 없을 것 같다. ^^

2016년 1월 18일 월요일

홍동백서와 조율이시.. 그리고 좌포우혜

 
 
매년 명절 아침.. 주방에서 나오는 차례 음식들을 차례상 배치를 담당합니다. 매년 인터넷에서 아래와 같은 상차림 사진을 찾아보긴 하지만 사진처럼 완벽하게 차린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이번에는 예습 차원에서 차례 음식 배열 원칙을 정리 해 봤습니다.
 
 



 
조율이시(棗栗梨柿)
상 맨 앞 줄 (그림상 맨 아래줄)에 좌측부터 대추-밤-배-감 의 순으로 음식이 배치됩니다. 조율이시 순서인데, 조(棗)는 대추, 율(栗)은 밤, 이(梨)는 배, 시(柿)는 감을 각각 뜻하는 글자입니다.
 
홍동백서(紅東白西)
홍(紅)은 붉은 색, 백(白)은 횐색을 각각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즉, 홍색 과일은 동쪽, 백색 과일은 서쪽에 배치하라는 의미입니다. 이 지령(?)은 조율이시(棗栗梨柿)와 배치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과 감 대추가 오른쪽으로 가고 밤과 배가 왼쪽으로 이동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하여튼 그렇습니다.
 
좌포우혜(左脯右醯) 
조금 어려운 글자들이 나옵니다. 포脯를 왼쪽에, 혜醯를 오른쪽에 배치하라는 것인데 두 글자의 의미를 먼저 알아 봐야겠네요.
 
포脯는 肉(고기 육) + 甫(클 보 → 포, 음역할)로 이뤄진 형성자로, 얇게 저민 고기를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일반적으로 대구포, 육포 등에 쓰이는 바로 그 글자군요.
 
혜(醯)는 말 그대로 식혜를 말합니다. 쌀밥에 엿기름 가루를 우린 물을 부어 삭힌 것에, 생강과 설탕을 넣어 끓여 식힌 다음 건져 둔 밥알을 띄운 전통 음료입니다.
 
 




 
혜(醯)는  “酉”가 부수로 쓰였습니다. ‘酉’10번째 지지를 표시하는 글자이지만, 원래는 ‘술’을 의미하는 글자였습니다. 술을 만들 때, 발효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酉 글자가 들어간 글자는 발효를 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혜를 뜻하는 醯(식혜 혜)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좌포우혜는 왼쪽에는 생선포를, 오른쪽에는 식혜를 놓으라는 것이네요. 위의 그림에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식해(食醢)도 있습니다. 식혜(食醯)가 음료라면, 가자미 등의 생선과 같이 쓰이는 ‘식해(食醢)’는 생선에 약간의 소금과 쌀밥을 숙성시켜 만든 음식입니다.
 

 

醯와 醢
 
두 글자를 구분하기 바랍니다. 그릇명(皿) 위에 오른쪽 우(右)가 위치한 글자가 ‘식해(생선젓)’를 의미하는  “해” 자이고, 그릇명(皿) 위에 깃발 류 (㐬)가 위치한 글자가 밥풀 띄운 음료수 ‘식혜’의 “혜” 자입니다. 
 
즐겁고 넉넉한 명절 보내시고.. 많은 공감 부탁 드립니다.  ^^

오전12시 VS 오후12시... 자정 VS 정오

 
 
얼마전 JTBC 뉴스브리핑에 흥미로운 소재가 다뤄졌다. 오후 11시로부터 1시간이 지난 시간이 오전12시일까? 아니면 오후12시일까? 답은 둘 다 틀리다’였


일단 정오자정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에 포스팅 했던 글에도 있지만, 다시 한번 요약하면,
  



  • 11~1시까지를 자시(子時)’라고 해왔는데, 12시는 자시(子時)’()’ 가운데 있기 때문에 자정(子正)’이 된 것임. 
  • 11~1시까지는 오시(午時)’였는데, 12시는 오시(午時)’의 정 중앙에 있기 때문에 정오(正午)’가 된 것임. 

한편, '정오(正午)’를 기준으로, ‘오전(午前)’오후(午後)’가 나뉩니다또한 자시(子時)’오시(午時)’를 연결한 가상의 직선... ‘자오선(子午線)’에서도 이 글자의 유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전(午前) : 000001~ 115959
  • 정오(正午) : 120000
  • 오후(午後) : 120001~ 235959
  • 자정(子正) : 000000
 
, 정오와 자정은 오전 또는 오후와 독립적(?)인 관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전12또는 오후12라는 시간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존재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뉴스에서는 1212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는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http://bit.ly/1PnzlZL